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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떠나라] 조폭과 의사의 로맨스... 올드한 대본 고집한 이유가 있다

  • 콘텐츠플래닝 /
  • 날짜 2018.07.27 /
  • 조회수 2,646 /

조폭과 의사의 로맨스... 올드한 대본 고집한 이유가 있다

[현장] 전도연-박신양 영화 <약속>의 원작,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프레스콜18.07.26 18:10l최종 업데이트 18.07.26 18:10l 서정준(twoasone)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우리 작품은 '오래된 사랑 이야기'다. 요즘은 사랑을 하는 데도 이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희주의 '헌신'은 '손해'나 '맹목'이란 단어로 대체됐다. 하지만 <돌아서서 떠나라>를 보면 오래된 사랑 이야기의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연출 김지호)

지난 24일 오후 대학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프레스콜은 1시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이뤄졌다. 하이라이트 시연은 '공상두'와 '채희주'가 감옥에서 면회를 하는 1장,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앞둔 '공상두'가 '채희주'를 찾아가 알콩달콩하게 사랑을 나누는 2장을 선보였다.

1996년 초연을 올린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이만희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김정은-이서진 주연 드라마 <연인>, 전도연-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의 원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이번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김지호 연출과 허수현 작곡가가 참여했고, '공상두' 역에 김주헌, 김찬호, 박정복, '채희주' 역에 이진희, 신다은, 전성민(김유영)이 출연한다.

"올드한 대본, 그래도 안 바꿔도 되겠다 싶었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과연 22년 전의 작품이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작년 연극 <미친 키스>의 조기 종연, 최근 영화 <레옹>의 재개봉 논란 등 많은 사례를 통해서 과거 명작으로 꼽히던 작품들이 인권감수성이 높아진 현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불렀다.
 
 
이에 대해 김지호 연출은 "예전에 좋았다고 생각한 수작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부른 게 좀 있었다. 그렇지만 제작하는 대표님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이 있었고, 저도 대본을 받고 나서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현대적인 이야기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저희의 결론은 바꾸지 않는 거였다. 물론 걱정은 있었다. 연습실에선 '다 된다. 잘 된다' 했지만 무대 오르기 전까지는 불안했다(웃음). 스태프도 배우들도 모두 사실 비슷한 걱정이 있었는데 인물에 대한 공감이 생겨나며 그런 걱정이 사라졌고, 작품이 써진 시기가 오래됐지만 우리는 오래된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글자를 바꾸는 게 현대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바뀌었으니 우리의 감각을 믿고 작품 안에서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초반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돌아서서 떠나라>는 원작의 감수성을 머금은 채 다시 태어났다. 무대에서 참 잘하는 배우들의 대사는 대사인듯, 자연스러운 말인듯 묘한 감각을 유지한 채 관객의 귀에 꽂힌다. '상두'에게 순정을 바치면서도 끌려다니지 않는 '희주'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저희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까 논의 중에 좀 내용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고민 끝에 바꾸지 않고 정면 돌파해보자는 결론을 내고 테이블 작업이 시작됐다. 처음에 느낀 건 이 이야기가 너무 '직구'라서 좀 올드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관객들에게 이런 올드함에서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대사도 바꾸지 않고 일단 해보자고 했다. 요즘 말과 좀 다르긴 하지만 그만큼 연습해서 배우들 입에 착 붙이고 인물의 이유도 계속 찾고 하면 올드해보이지 않겠다 싶었다. 배우들도 해보고 나니 '안 바꿔도 되겠다' 싶은 무언의 공기가 생겼다." (배우 박정복)

"범죄 미화 오해 부를까... 그 부분 신경 썼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그렇지만 2018 <돌아서서 떠나라>가 온전히 22년 전의 작품을 그대로 되살린 것은 아니다. 김지호 연출은 대본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2018년에 걸맞는 분명한 변화점을 찾고자 했다.

"이 작품의 올드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낼까를 고민했다. 무엇이 올드했나 생각했는데 극의 구조가 사건 위주가 아니라 대사 위주다. 사건을 더해야하나 했는데 반대로 덜어내고 담백하게, 감정의 과잉을 막고 여백을 주자. 그래서 관객들이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하려 했다. 다음으로는 주인공의 직업이다. 작품이 나올 당시 '조폭' 이야기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게 요즘에는 범죄를 미화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신경썼다. 사랑이란 감정, 슬픔이나 극단적인 감정에서 '상두'의 죄책감이 표현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공상두'의 죄책감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마지막으론 미장센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주문한 것은 '희주'가 살고 싶은 집. '상두'가 없는 시간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집. 그리고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올드하다'란 이야기가 '추억'으로 보이려면 예뻐야 하지 않을까 했다." (연출 김지호)

"오래된 대본, 수녀가 되는 선택은 답답했지만..."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작품에 참여한 다른 배우들도 막연하게 '참여해서 좋았다'거나 '재밌는 이야기'라는 식의 반응보다는 <돌아서서 떠나라>를 두고 고민해온 흔적이 역력해보였다.

"전 2012년쯤 우연히 대본을 처음 봤는데 잊혀지지 않는 대본 중 하나로 남아있었다. 이만희 선생님의 철학이 소소하게 녹아들어있고, 두 인물의 교감하는 방식이 특별하면서도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둘의 방식이 무척 공감돼서 이번에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웃음)." (배우 신다은)

"연습하며 감정의 과잉을 막자고 했는데 이게 극장으로 넘어오며 관객에게 닿지 못한 우리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희주'를 만나서 '상두'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그녀로 인해 자신의 죗값을 받으러 가게 됐다. '희주'를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그 이상의 더 큰 존재로 확장시켜봤다. 그렇게 하면 관객분들도 단순히 둘이 사랑하다 헤어져서 슬퍼하는 러브스토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일상적인 연기 스타일이 많이 필요했다." (배우 김주헌)

"글은 좋지만, 오래된 대본이었고, '희주'의 수녀가 되는 선택 같은 게 '이진희'로선 무척 답답하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랑을 표현하는데 부족한 배우라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래서 사랑보단 사람에 집중하려 했다. '우리는 왜 그리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았을까'라는 '상두'의 대사가 있는데 그런 말 사이의 정적에 둘의 마음을 관객에게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전달될지 고민했다. 그래서 더더욱 사랑은 나중 문제였다." (배우 이진희)

"저는 주로 어린 역할, 10대 역할 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처음에 캐스팅됐을 때도 내게 이런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면서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가 가진 모습이나 성격, 나이 등에서 묻어나오는 게 '희주'와 잘 맞을 수도 있겠지만 무대 위에서 실현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금도 계속 공연하며 찾는 중이고 상대 배우나 언니들이 무척 많은 도움을 주고 곁에서 힘을 줘서 그걸로 버텨온 것 같다. 제 안에서 찾아야 했던 걸 겉으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건데 그걸 좀 극복했고 어떻게 이 집에서 '희주'라는 인물로 '상두'를 만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배우 전성민)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끝으로 배우 김찬호는 "저는 그동안 인간이 아니거나(웃음) 캐릭터가 강한 역을 많이 맡았다. <돌아서서 떠나라>는 대학로에서 많이 흥행하는 이야기가 복잡하거나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지금 대학로에 없는 작품이라서 이 작품이 해보고 싶었고 저희가 대부분 멜로를 해본 적 없어서 멜로 초보로서 많이 부끄러워하며 연습했다(웃음). 다른 공연장에선 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따듯한 감성 느낄 수 있는 저희 공연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라고 관객들에게 <돌아서서 떠나라>를 성원해주길 당부했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9월 21일까지 대학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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