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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컬쳐] 허난설헌의 시와 삶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뮤지컬 '난설' - 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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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19.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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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컬처] 허난설헌 시와 삶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뮤지컬 ‘난설’

 

입력 2019.07.24 09:06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제가 허난설헌의 시를 읽었을 때 위로를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시인이지만 생애는 그렇지 않았죠. 현재 그런 분들이 있다면 이 작품이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옥경선 작가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난설’ 프레스콜에서 이 시대에 허난설헌의 시로 작품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뮤지컬 ‘난설’은 허초희(허난설헌)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에 떠올리는 그리웠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8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천재시인으로 남아있는 허초희와 그의 시를 사랑하는 허균, 두 사람의 스승인 이달은 각자의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으로, 때로는 싸우기도 하며 문장가로서의 우정을 쌓는다. 

작품은 허균이 가까이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허초희 시와 이달과의 대화로 구축된 세계관이 반영된 허초희의 시의 세계 등이 허균과 이달의 관점 대립으로 표현된다.

‘허초희’는 정인지와 하현지가, ‘허균’은 유현석과 백기범이, ‘이달’은 안재영과 유승현이 연기한다. 

옥 작가는 “허난설헌의 시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고 소재 선정 이유를 전했다. 

허균의 회상과 꿈을 통해 허난설헌을 이야기하는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시인 허난설헌의 생애를 들여다봤을 때 허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더라”며 “우리가 400년 전의 시를 접할 수 있고 허난설헌집이라는 기록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허균의 지극한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허난설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묻자 그는 “시를 읽고 느껴지는 것을 캐릭터화한 것”이라며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기개 있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점들을 다 담아서 표현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디에 적혀있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시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것을 인물로서 표현하려고 했다”며 “작게나마라도 허난설헌의 시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기쁨 연출은 작품에 대해 “3명의 인물이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며 “그런 인물들이 만나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해나가는 시간들을 관객에게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수묵화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 하얀 무대바닥은 화선지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 위의 인물들이 시나 그림 같은 형태로 보여지면 좋겠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했다”고 조명 연출에 대해 설명했다. 

또 “정갈하고 깔끔한 무대 위에 초희의 시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추가하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가 흘러갔다”며 “그래서 먹처럼 떨어지고 시처럼 써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자 이미자라든가 시가 써지고 불태워지는 이미지까지 영상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허초희가 극의 중반 이후까지 남장을 하고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이 연출은 “두 가지 의미를 같이 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초희가 실제로 그의 시 같아보였으면 좋겠는 생각을 했다. 색이 많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졌으면 했는데 사실 당시는 초희가 그의 의지대로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며 “허균의 다채로운 옷을 그가 입고 움직이는 게 두 가지의 의미를 다 담아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으로 초희가 결혼한 이후에는 검정색 여자한복을 입고 나온다”며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했다고 했을 때 색이 다 빠져나간 그런 이미지로 존재할 수도 있고 먹의 색깔 자체가 시와 가까워지는 의미로 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연출은 “그런 지점에서 남성의 옷에서 여성의 옷으로 바뀌는 것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는 의도라고 생각했다”며 “대사도 가사도 은유적인 부분이 많다보니까 시각적으론 분명한 선을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으로 종합이 돼서 의상을 이렇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다미로 작곡가는 음악 구성을 묻는 질문에 “시적인 부분을 살리고자 했기 때문에 풍성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시의 가사가 주는 힘을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수묵화 같은 콘셉트로 가벼운 음악으로 채웠다”고 답변했다. 

또 “작곡을 할 때 애초부터 국악 편성을 염두에 두고 간단한 피아노 포비트 반주 위에 장구나 국악기로 채워주는 콘셉트로 했다”고 설명했다. 


허초희 역을 맡은 정인지와 하현지에게는 가슴 아픈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을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정인지는 “극중 초희의 결혼 후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난설’이라는 노래 안에 집약돼있다”며 “공연을 준비할 때도 이 부분을 드러낼지 말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했다.

이어 “뮤지컬 속에서 허초희가 자신의 시를 읊을 때만큼은 그 시절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시를 좋아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노래하고 싶었다”며 “공연을 할 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어려운 지점은 없지만 연습하는 기간 동안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마음이 안 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적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나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신나게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현지는 “처음에는 내가 이 인물의 삶을 어떻게 이해를 하고 어떻게 연기를 하는 지에 초점을 맞춰서 작가님께 질문을 많이 드렸다”며 “작가님께서 진취적이고 꿈을 많이 가지고 열정이 많았지만 그런 걸 다 접고 살았던 여성 허난설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인물을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이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더 연구하고 분석하고 가져갈 수 있을지 소명을 가지고 연기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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